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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 데이비드 베이커·데미스 허사비스·존 점퍼 '단백질' 설계·구조 예측 AI 개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는 9일(현지 시각)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의 강력한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단백질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한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62) 워싱턴대 교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48)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John Jumper·39)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원회는 “베이커 교수는 AI를 활용해 지금까지 불가능하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하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은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AI 모델을 개발한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백질 예측 AI 로제타폴드(RoseTTAFold),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예측 프로그램인 ‘로제타폴드(RoseTTAFold)’를 개발했으며, 하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를 각각 개발했습니다. 올해 수상자들은 총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3400만원)를 나눠 가집니다. 노벨 위원회는 지난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전날 물리학상, 이날 화학상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화학상 발표를 끝으로 올해 노벨 과학상 발표는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는 10일에는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포함된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이 복잡한 사슬 구조로 연결된 형태로, 사슬이 꼬이고 얽히며 접히는 현상이 일어나 복잡한 입체 구조를 형성합니다. 주어진 아미노산 서열로 만들어질 수 있는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이 단백질이 생체 내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구조를 바꿔가며 원하는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설계하는 일 또한 가능해집니다. 197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아미노산 서열에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려고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단백질의 구조는 아미노산의 종류, 아미노산 분자 간 상호작용,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접히는 모양이 달라지며, 수많은 변수가 관여하는 것입니다.
50년 된 난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인물이 바로 허사비스와 점퍼 연구원입니다. 이들이 이끄는 연구팀은 2018년 AI를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 2020년에는 알파폴드2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를 예측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2억 개에 달하는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해냈습니다. 단지 하나의 단백질이 아닌, 단백질-단백질 복합체 구조까지 예측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지난 6월 공개된 알파폴드3는 그 범위를 더욱 확장하여, 항체-항원 상호작용, 유전물질인 RNA와 DNA, 이온 등 다른 분자와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단백질을 넘어 광범위한 생체 분자 유형에 대한 결합 구조를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노벨위원회는 "생명의 화학적 구성 요소인 20가지 아미노산이 지닌 잠재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에서 단백질을 이해하고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master)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백질 설계에 도전하다
베이커 교수는 2003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컴퓨터로 설계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베이커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해 활용하던 분자 역학 모델을 이용해 분자의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방법입니다. 단백질의 기본 요소인 아미노산을 사용하여 기존 단백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베이커 교수의 연구팀은 의약품, 백신, 나노물질, 초소형 센서 등으로 쓰일 수 있는 단백질을 잇따라 설계했습니다. 그 후 베이커 교수는 알파폴드에 영감을 받아 단백질 구조를 해독하고 설계하는 AI 모델인 로제타폴드(RF)를 만들었습니다. 로제타폴드는 특정 단백질을 읽으면 보유한 단백질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이 단백질과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찾습니다. 동시에 아미노산들이 어떻게 연결될지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입체 구조를 띠고 있을지 예측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고 압축하여 최종적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두 발견은 서로 다르지만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성과를 활용하면 세상을 혁신할 신약, 나노 물질, 백신 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커 교수의 제자 중에는 다수의 한국인 연구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표적인 인물은 로제타폴드 개발을 주도한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입니다. 그 외에도 박한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박근완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등이 있습니다.
베이커 교수팀에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박사후연구원과 연구 조교수로 함께했던 박한범 연구원은 "베이커 교수의 연구는 파급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노벨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백질을 인간이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인식을 깨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한범 연구원은 또한 "베이커 교수는 변함없이 연구실의 한명 한명의 연구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매번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고민했던 지도 교수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451만원)가 수여됩니다. 이번 화학상 상금은 베이커 교수가 절반, 허사비스와 점퍼 연구원이 상금을 각각 4분의 1씩 나눠 가집니다. AI 연구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수상한 것에 대해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1980년대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관련 연구가 다수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며, "오늘날 양자역할의 역할을 AI가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까지 앞으로 수십 년간 연구에 많은 파급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결론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단백질 구조 예측 및 설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명의 기초인 단백질을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의약품 개발과 생명과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한 이론적 접근을 넘어서 실질적인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생명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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