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9월의 시 모음- 가을에 관한 시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면서도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계절입니다. 그만큼 많은 시인들이 가을을 주제로 시를 쓰며, 깊은 감성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시들은 가을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정서를 표현한 작품들입니다.
9월의 시 – 문병란
9월의 시 –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문병란의 '9월의 시'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의 느낌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해변에서 시작되는 이별과 나무들이 여름의 무성함을 벗고 홀로 서는 모습은 가을의 쓸쓸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라는 구절은 지난여름의 순간들을 돌아보며, 이별의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가을이 주는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인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채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욕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이채의 시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는 가을의 쓸쓸함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며, 주위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라는 표현은 우리 주변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고,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라는 구절은 탐욕과 욕심을 버리고 겸허함을 배우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시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들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이채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이채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 향기에 실려 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이채의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는 가을이 오면 그리움과 쓸쓸함이 들꽃처럼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시입니다. 이름 없는 들꽃처럼 소박하고 조용하게 존재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으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라는 표현은 가을의 고독과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는 가을의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서 존재감을 희미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삶과 낙엽 – 이채
삶과 낙엽 – 이채
낙엽이 떨어져 땅 위로 뒹굴며 말합니다
삶을 이루었노라고
내가 떠나서 거름이 되어야
푸른 녹색 정원을 이룰 수 있다고나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 삶이 다할 때
삶을 이루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후세에게
나의 삶이 과연 거름이 될 수 있을까내게 던진 이 물음은
내 삶의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이채의 '삶과 낙엽'은 낙엽이 떨어져 땅 위를 구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비유한 시입니다. '삶을 이루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독자에게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며, '내 후세에게 나의 삶이 과연 거름이 될 수 있을까'라는 구절은 자신의 삶이 후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 시는 삶의 끝을 준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채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고요함과 성찰을 기도라는 행위로 표현한 시입니다. 낙엽이 지는 모습에서 겸허함을 배우고, 사랑과 고독, 그리고 인내를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과정을 기도하는 듯한 톤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올로 있게 하소서'라는 구절에서는 가을이 주는 고독감과 그 고독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현승은 가을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그 속에서 평온함을 찾고자 합니다.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이제 이 목숨도
낙엽 되어 질 날
그리 멀지 않았으리.지나온 세월이야
더러 회한(悔恨)으로 남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내 생의 나머지는
그 무엇을 위해 빛나다가
고분고분 스러져야 하는가.휘익, 한줄기 바람이 불어
몇몇 남은 잎새들 지네
정연복의 '낙엽을 밟으며'는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한 사람의 감정을 낙엽의 이미지에 비유하여 표현한 시입니다. 푸르렀던 잎들이 낙엽으로 지면서도 마지막까지 세상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모습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제 이 목숨도 낙엽 되어질 날'이라는 구절은 인생의 마지막을 예고하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가을의 낙엽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그 속에서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가을은 다양한 감정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입니다. 각 시인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가을을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달합니다. 가을 시들을 읽으며 이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느끼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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